서두로 깔고 가는데, 저는 애플 제품 안 좋아합니다. 어찌하다 보니 공짜로 받은 아이패드 프로 1세대와 동거(?)하고 있긴 하지만, 제 돈 주고 애플 제품 사는걸 정말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혁신적인 제품이라곤 마진 쿡한테 바랄 건 아닌 것 같고, 감성을 논하기엔 안드로이드와 기반 생태계가 너무 높은 수준으로 따라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이렇게 애플을 정말 싫어하는 저조차도 에어팟은 좀 논외로 두고 싶어요. 음질이야 뭐 둘째 치더라도, 디자인이 취향 저격 수준이었기 때문이죠. 사실 이 디자인은 말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지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제 생각에는 최선의 디자인은 아닐지라도 일반적인 무선 이어폰들의 O자 모양 디자인보단 나아 보였거든요. 똥이냐 된장이냐 하면 똥이ㅈ..


주력으로 사용중인 무선 헤드폰은 보스 QC35 II이긴 한데, 땡볕 아래에서 장시간 쓰고 있으면 답답하고 더워서 굳이 노이즈 캔슬링이 필요한 상황이 아닐 경우에는 이어폰이 낫겠다 싶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가볍게 쓸 수 있는 무선 이어폰을 찾다 보니 에어팟도 한번 쯤 관심을 갖다가 1/9 가격의 차이팟을 찾게 되었죠.


사실 옛날에 나오던 차이팟들은 그냥 쓰레기 수준이었습니다. 사이즈도 월등히 컸고, 품질은 개차반 수준에, 음질은 그냥 최악의 최악. 중국 도매시장 가서 제일 저렴한 유선 이어폰을 사다가 써봐도 옛날의 차이팟에서 나오던 음질보단 좋은 소리를 들려줄 것 같다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그러나 중국 선전이 어떤 동넵니까. 마음만 먹으면 짝퉁 인간도 만들어 낼 기세인 동네에서 제대로 된 에어팟 레플리카 (짝퉁) 제품 하나 못 만들겠습니까. 차이팟 품질이 급격하게 좋아지기 시작한 시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에어팟 2세대에 들어간 H1 칩셋을 그대로 복사해 박아버리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죠..! 음질도 기본 수준은 하고, 배터리 효율도 이전에 나오던 짝퉁보단 좋아졌으며, 콩나물의 크기를 대폭 줄여 실제 제품과 동일한 사이즈로 만들 수 있게 해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제가 구매한 (정식명칭) i100 TWS는 어떻게 생긴 녀석인지 지금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림' 이란 뫼비우스의 띠를 지나서...


똥은 참아도 알리 배송은 못 참는다.


해외 배송 잘 기다리시는 분들 보면 정말 존경스러워요. 나름 짬(?) 좀 있는 저도 1주일 정도가 걸리는 미국 대륙의 (Ground) 국내 배송은 도저히 참을 수 없던데,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미국 국내 배송 + 항공 운송 + 한국 내 배송까지 기다리신 다는 거잖아요. 참.. 존경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이번 알리 배송은 Singapore Post를 통해 무사히 도착했고, 발송일 기준 16일로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미국 대륙에 들어오는 데 시간이 좀 더 걸리긴 했습니다만..


음.. 전면은.. 음..


나름 중국 제품 많이 받아보지만 짝퉁 제품들 박스만 보면 참.. 헛웃음만 나옵니다. 품질이 나쁘기라도 하면 웃어 넘기겠는데, 상당히 정품과 유사한 수준으로 만들어 냈거든요. 인쇄 품질이라던지, 박스 재질도 그렇구요.


여지껏 봐왔던 애플 짭 제품군 중에 가장 퀄리티 좋은 녀석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간단한 스펙이 적혀있다.


('짝퉁' 제품의 '정식' 이름을 논하는 것도 웃기긴 합니다만) 이 차이팟의 정식 이름은 i1000 TWS입니다. 슈퍼 베이스 어쩌구 하는데, 우리가 알아야 할 부분들은 스마트 센서, 탭 컨트롤, 무선 충전이 가능하다 정도.


스마트 센서는 귀에서 에어팟을 빼면 음악이 일시 정지되는 기능을 의미하고, 탭 컨트롤은 에어팟을 터치하면 실행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숏 컷 (명령)을 의미합니다. 사실 탭 컨트롤은 기존의 차이팟들도 구현해 낼 수 있었지만, 스마트 센서는 에어팟의 칩셋을 해킹/복제한 다음 이식하게 된 기능이죠.


그래 뭐, 짭이니까. 예상했다.


뭐 애플의 그것처럼 빡빡한 비닐로 씌워져 있을 줄 아셨나요? 자고로 중국에서 짭 제품들을 구매하면 이래야 정상이죠. 한번도 얘네는 비닐 포장을 제대로 하는 꼴을 못 봤습니다. 아니, 박스 겉면도 밀봉되어 있지 않더니만 제품 알맹이도 이런 식으로 허접하게 둘러 놓다니.


에어팟 칩셋까지 해킹해서 복제하는 마당에 수준 높은 비닐 포장 정도는 큰 원가 상승 없이도 할 수 있잖아요.


구성품.


구성품 짜게 주는 것마저 애플을 닮았는지 쥐콩만한 충전 브릭 하나 넣어주지 않네요. 라이트닝 케이블과 영문으로 적혀 있는 간단 사용 설명서가 전부입니다. 설명서에는 블루투스 5.0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네요. 아 참, 여담이지만 동봉된 라이트닝 케이블은 꽤 품질이 좋더군요. 아이폰에 고속 충전도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말이죠.


근데 뭐, 기왕이면 충전 브릭이라도 하나 넣어 주시죠. 그거 선전 도매시장 가면 몇 백원 주고도 살 수 있는거 얼마나 한다고. 


본체 외관.


본체는 1:1. 외관 상으로는 애플의 정품 아이팟과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뜻이죠. 사이즈를 아예 동일하게, 레플리카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품질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우선 가격이 1/10 수준이기도 하고, 또 짝퉁은 정품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준 적이 단 한번도 없기 때문이죠. 더더욱이나 애플 짝퉁 제품들이 이런 경향이 좀 있긴 합니다. (물론 짝퉁의 수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이게 왠걸. 모든게 정말 똑같습니다. 단순히 사이즈 뿐만이 아니라, 촉감이나 색깔 모두 똑같이 흉내 냈어요. 이전 차이팟들이 하나같이 안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플라스틱의 품질이었는데, 생각보다 마감이 준수한 편입니다.


또 위에 보이는 작은 구멍은 LED가 표시될 수 있도록 해주는 구멍이에요. 정품처럼 똑같이 LED도 표시된다는 뜻이죠.


하하. 그저 웃음만.


키야. 이거 볼 때마다 참 신기합니다. 이렇게 보니까 정품을 들고 있는건지, 짭을 들고 있는건지 헷갈릴 정도에요. 사진상으로는 크게 문제점이 없어 보이죠? 사실 뚜껑을 열고 닫을 때의 유격이 좀 있는 편이긴 한데, 이건 제품 자체의 특성 보다는 품질관리의 부재로 인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이걸 제외하면 정말 똑같습니다. LED도 보시는 바와 같이 꽤나 밝은 편이고 (정품보다도 밝습니다), 마감도 훌륭한 편이죠.


팝업창도 그대로.


좀 전에 말씀드린대로 H1 칩을 해킹해 이식한 짝퉁 모델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팝업창입니다. 정품 에어팟을 열었을 때 표시되는 팝업창을 이 차이팟 짭에서도 볼 수 있다는 거죠.


배터리 잔량까지 표시되는데, 정확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ㅎ




우선 좀 써봐야...


차이팟 i100.


일단은 좀 써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현재로써는 잘 모르겠어요. 눈속임 용으로 확실하긴 한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에요. 음질이 어느 정도로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품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거니와 배터리 러닝타임도 그리 길진 않은 것 같아요. 제대로 추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가볍게 쓸 수 있는 오픈형 완전무선 이어폰을 찾는다면 또 괜찮은 대안인 것 같기도 하고 말이죠. 리뷰할 때 타겟 유저를 어디에 잡느냐가 총평을 좌우하게 될 것 같아 보입니다. 우선 총평은 보류하는 걸로!